Hong Kong

ASP 2003.3.07 12:15 QF791 (Qantas Airways) 16:40 SYD 3.08 09:00 CX110 (Cathay Pacific) 15:00 HKG

HKG 2003.3.09 14:05 CX418 18:30 ICN

호주를 떠나, 계획대로 경유지 홍콩에 공항세만 내고 들어가 하루 머물렀다. 비행기가 착륙 전 상공에서 선회할 때 내려다본, 바다와 섬과 산과 고층 빌딩이 모두 어우러진 그 아름다운 모습에 기대는 더 부풀었다. 내려서 첫 느낌은 사람 참 많다는 것이었는데, 주말 오후라 그랬던 것 같다. 수속을 마치고도 두리번댔더니, 빨간 유니폼 (항공사) 여자가 곧바로 둘이나 붙어 도와줘서, 호주와는 첫인상이 대조적이었다. 시내에선 택시가 모두 빨간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청킹맨션 입구부터 어슬렁대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체크인은 했는데, 들어가 보니 안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느낌이 더 안 좋았다. 험악한 인상은 아니었지만 실없는 웃음기를 띈 것이, 마치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온 먹잇감을 두고 서로 눈치 보는 분위기였달까. 어쨌든 도심 속 낡은 건물은 나름 고금이 조화된 매력이 있었다.

시간은 단 하루뿐이라 멀리 가진 않았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중국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코엑스 뻘 되는 거북이 등 모양의 그것은, H로 시작하는 다섯 글자인데 이어서 발음되는 것도 아니며 정식 명칭은 복잡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나중에 한동안 마트에서 ‘HACCP’ 농산물 어쩌구 인증 마크를 볼 때마다 거기가 생각나게 했다. 유람선 아닌 저렴한 일반 페리로 그 홍콩섬에 건너가, 서울의 남산 뻘 되는 빅토리아 피크엔 트램으로 올랐다. 피크에서 내려다본 중엔, 로봇 팔을 닮았다는 Lippo towers가 인상적이었고, IFC는 최고층이긴 한데 직선이라 그런지 심심하다 못해 불안해 보이기도 했으나 밤에 보니 하늘에 수직으로 쏘는 빛이 압도적이긴 했다. 궁금했던 HSBC는 그리 높진 않았으나, 풍수지리도 고려해 건축했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른 빌딩들도 유리로 해서 기를 통하게 했다는 둥, 동서 문명의 조화 또한 실감했다.

야경은 넋이 나갈 정도였다. 피크에서 본 게 뒤태라면, 여기가 얼굴이었다. 안 해도 예쁜 이목구비 원판에 색조 화장까지 잘 마친 여인이랄까.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다시 한번 놀랐는데, 수많은 광고판 중 지멘스와 필립스랑 LG만 제외하면 모두 일본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시드니에 숱한 스시 바 생각도 더해, 엉뚱한 일본에만 경각심이 들었다. 곧이어 왜 ‘백만불 야경’이라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요즘엔 그곳 사진도 일반인이 찍은 걸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옛날엔 간접 광고를 해줄 순 없었기에 거기 사진이 귀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하고 짐작을 해본다. 잘 찍지도 못한 걸 현상 인화해 스캔한 형편없는 사진 중, 저 게 그나마 잘 나온 것이다.

식사는 한번은 딤섬을 먹었는데, 양이 적은 것만이 아쉬웠다. 더 늦은 밤엔 템플 야시장 등 거리를 다녔으나, 너무 늦어선지 문 연 노점상도 거의 없었다. 아침엔 구룡공원부터 갔는데, 사람들이 단체로 뭔가 수련하는 게, 파룬궁일지 모른다고 짐작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태극권이었단다.

귀국하자마자 아웃백에서 식사했는데, 전엔 몰라봤던 메뉴 이름 하나하나마저 호주와 관련 있음을 새삼 깨달으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내 시야도 넓어졌음을 곧바로 느꼈다. 다음은 인천 공항에 귀국할 때 느끼는 것인데, 일단 춥다는 것은 아마도 여행을 보통 따뜻한 곳으로 다니기 때문일 것이며, 또 하나는 키에 대해 별 의식이 없다가도 한국인 평균이 외국보단 작아서 내가 큰 편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 한강변에 들어서면, ‘이렇게 아름다운 내 고향 도시를 두고, 난 대체 그 무엇을 찾아 떠났던 것인가.’ 하고 울컥하기마저도 한다. 김치나 고추장 같은 것도 오히려 피하는 등, 어딜 가나 현지 문화에 충실히 묻어보려 애쓰는 편인데다, 딱히 심하게 그리운 건 없었음에도, 한강만 보면 매번 영락없이 같은 기분이 드는 걸 보면, 난 서울을 너무 사랑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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