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June. Vilnius

WAW 2006.6.20 19:55 LO773 (LOT Polish Airlines) 22:20 VNO

[flashed copies 싸이 발굴]

Vilnius 2006.6.21 17:00 TOKS 22:05 Rīga

바르샤바에서 탄 773편 비행기는 예정된 LOT Polish Airlines가 아닌, EuroLOT이었다. 알고 보니 같은 폴란드 계열사긴 했지만, 코드셰어 항공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기종마저 흔한 에어버스나 보잉이 아닌 ATR인 것도 처음이었다. 아무튼, 한 시간 반가량 날아 22:20에 도착했다. 자고 나서 돌아보고 버스로 떠난 건, 늦은 오후였던 것 같다.

타운홀 근처에서 묵고 나섰는데, 도시 느낌은 전체적으로 참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성당 광장’으로 올라갔을 땐,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그 광장과 성당 외엔 별 기억이 없다. 어쩌면, 버스 출발을 두 시간 정도 남겨둔 그때, 거기서 있었던 사건 때문일 수도 있다.

왠지 지금 가봐도 거기 있을 것 같은데, ‘성당 광장’에서 시크하고 당당하게 홀로 푼돈을 구걸하는 여자애가 있었다. 얼굴과 손을 보면 씻지 못하긴 했는데, 힙합 복장에, 내게 영어로 구걸하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성당에 들어가 제일 뒤 벤치에 아예 앉아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나중에 줄 돈 없다고 그랬더니 카드는 있지 않으냐며, 샤워하게 방만 잡아주면 밥도 같이 먹고 어쩌고저쩌고. 두 시간 뒤에 버스 탄다고 했더니 시간 딱 맞겠다는 둥, 동양인이라 한눈에 봐도 관광객인 나를 ‘대박’으로 봤던 것 같다. 아무래도 방 잡으면 아마 카드만 갖고 달아날, 사기꾼 같아, 발길을 뗐더니, 결국 한 푼도 안 줄 거면서 30분씩이나 데리고 있었느냐고 화를 내는 것이다. 30분이면 벌써 몇 푼은 구했을 거라는 둥,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게 죄의식이 이는 것이었다. 겨우 퇴치하고, 광장 벤치에 앉아, 마음도 수습할 겸, 그 애를 좀 지켜봤는데, 나 때문에 시간 낭비했다는 티를 내려는지, 여기저기 바쁘게 구걸하면서 없다 하면 바로 물러나고, 나를 종종 째려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한동안 있다가, 서쪽을 향해 뒤도 안 돌아보고 걸었다. 난 그 대성당에서 악마의 유혹을 잘 뿌리쳤다고 하는 게 맞을지, 잠깐 들었던 마음처럼 내가 잘못한 건지, 영영 모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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